세월의 아픈 채찍 계수님께 기상시간 전에 옆사람 깨우지 않도록 조용히 몸을 뽑아 벽 기대어 앉으면 싸늘한 벽의 냉기가 나를 깨우기 시작합니다. 나에게는 이때가 하루의 가장 맑은 시간입니다. 겪은 일, 읽은 글, 만난 인정, 들은 사정.... 밤의 긴 터널 속에서 여과된 어제의 역사들이 내 생각의 서가에 가지런히 정돈되는 시간입니다. 침묵과 요설 계수님께 교도소의 문화는 우선 침묵의 문화입니다. 마음을 열지 않고, 과거를 열지 않고, 그리고 입마저 열지 않는, 침묵과 외부와의 거대한 벽이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쓸쓸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두드려도 응답없는 침통한 침묵이 15척 높은 울이 되어 그런대로 최소한의 자기를 간수해가고 있습니다. 교도소의 문화는 또한 요설의 문화입니다. 요설은 청중을 미아로 만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