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도 충무사 -아무도 없는 늦은 오후 이곳에 오면 한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전라남도의 섬을 돌다 보면 충무공의 숨결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섬과 섬이 만나는 좁은 길목에서는 으레 그의 전략적 안배가 치밀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나라에 왜군의 발이 디딜 수 없도록, 그리하여 어느 땅이든 그들의 잔인과 포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애쓴 집요하고 세밀한 배려가 없는 곳이 없다. 보리는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보리밭 위를 지나면 파도처럼 물결치는 초록빛 흔들림이 여간 곱지 않다. 보리밭에 바람이 지나는 모습을 보지 않고 봄이 왔다고 하지 마라. 따가운 햇살에 뭉클뭉클 살아나는 붉은 흙들의 건강한 발기를 보지 못하고 봄이 왔다고 하지 마라. 충무사의 한쪽 문을 열고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