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샘의 잡테리어

지속가능한 지구살이를 위해 재활용/친환경/ DIY 공부 중

독서일기/필사 49

[떠남과 만남-구본형] 2장-6

고금도 충무사 -아무도 없는 늦은 오후 이곳에 오면 한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전라남도의 섬을 돌다 보면 충무공의 숨결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섬과 섬이 만나는 좁은 길목에서는 으레 그의 전략적 안배가 치밀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나라에 왜군의 발이 디딜 수 없도록, 그리하여 어느 땅이든 그들의 잔인과 포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애쓴 집요하고 세밀한 배려가 없는 곳이 없다. 보리는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보리밭 위를 지나면 파도처럼 물결치는 초록빛 흔들림이 여간 곱지 않다. 보리밭에 바람이 지나는 모습을 보지 않고 봄이 왔다고 하지 마라. 따가운 햇살에 뭉클뭉클 살아나는 붉은 흙들의 건강한 발기를 보지 못하고 봄이 왔다고 하지 마라. 충무사의 한쪽 문을 열고 들..

독서일기/필사 2018.03.12

[떠남과 만남-구본형] 2장-3,4,5

강진 -햇빛과 동백 그리고 옛사람 그리운 백련사 남쪽의 토종 동백은 12월부터 하나씩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6월까지 피어 있다고 한다. 봄철에 남쪽의 동백을 보고 늘 놀라는 점은 꽃을 피우는 개수가 많지도 적지도 않다는 점이다.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능란한 전문가가 장식해놓은 것처럼 아주 적당한 만큼만 피어 있다. 그들은 스스로 조신하게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동백꽃은 꽃잎이 완전히 벌어지지 않는다. 금빛 수술들이 하나의 기둥을 이루듯 화심에 박혀 있지만 꽃잎이 뒤로 젖혀질 만큼 활짝 벌어지지 않는다. 반쯤 벌어져 있는 상태에서 장렬하게 목이 꺾여 꽃봉오리 전체가 낙화한다. 비장하다. 만덕산 아래 자리한 백련사로 오르는 길에는 남도의 봄이 완연하다. 강진다운 햇빛이 들길에 쏟..

독서일기/필사 2018.03.11

[떠남과 만남-구본형] 2장-1,2(부분 필사)

적벽 -이제 달 뜨면 아름다울 이곳에 있지 못하리 경치의 정점에 있기 위해서는 알맞은 때에 그곳에 있어야 한다. 어느 곳이든 가장 자기다울 때, 바로 그때 그곳에 있어야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해남 두륜산 대흥사 -아름다운 고목과 청허당의 마음이 있는 곳 위대한 정신은 세속의 명리와 기준에 묶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세속을 떠나 홀로 고고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생을 가엾게 여기고 그래서 스스로를 갈고 닦아 도움이 되려 한다. 우리는 더 나아짐으로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우리는 어느 날 깨달음으로 예전과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것이 불가에서 말하는 정진이다. 역시 [선가귀감]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다. 이 일은 마치 모기가 무쇠로 된 소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으니, 함부로 주둥이를 댈 수..

독서일기/필사 2018.03.10

[떠남과 만남-구본형] 1장-3,4,5,6

[떠남과 만남]구본형1장 매화향 가득하니 봄이다 고흥반도-봄은 늘 사람을 어쩔 줄 모르게 한다. 자연 속을 거닐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피곤함이 사라지는 것은 내가 그들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힘보다 자연과 신의 힘을 믿고 있는 사람들의 영혼은 자연에 가깝다.땀이 흘러내린다. 몸은 솔직하다. 이렇게 산을 오르면 땀이 가슴과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호흡도 가빠진다. 심장이 뛰는 소리와 호흡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발에 빡빡한 압력이 걸린다. 조금 속도를 내면 압력은 더욱 강해진다. 속도를 내면 자신의 육체를 더 잘 알게 된다. 나이가 생각나고 헉헉거림 속에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빠르게 걸으면 나이를 알게 되고 천천히 걸으면 주위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속도를 일단 자동차 같은 ..

독서일기/필사 2018.03.09

[떠남과 만남-구본형] 1장-2 아아, 섬진강(필사)

아아, 섬진강 -섬진강을 따라 걸으면 나도 강물이 되어 흐른다. 섬진강을 따라 봄길을 걸으면, 나는 매화 꽃잎처럼 날릴 수 있다. 낮에 탁주 한 뚝배기 걸치고 이 길의 강둑을 따라 걷다 보면 내가 강물처럼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가에는 검은 염소 몇 마리가 묶여 있다. 검은 눈으로 지나는 사람을 쳐다본다. 멀리 떠나가기 전까지 그렇게 쳐다본다. 내가 거기를 지날 때도 두 마리가 나란히 서서 내 모습을 눈길로 따라오고 있었다.강물이 따라오듯이. 이 고운 곳에도 술병들이 깨져 뒹굴고 있다. 세상의 망나니들도 섬진강 예쁜 줄은 안다. 빡빡한 세상살이 어려우면 여기 섬진강둑에 앉아 소주 한 병 벌컥거리며 마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을 버리고 갔을 것이다. 맘에 들지 않는 자신을 그 소주병처럼 버리..

독서일기/필사 2018.03.08

[떠남과 만남-구본형] 1장-1 기차안에서(필사)

기차 안에서-기차는 늘 시간 속을 달린다 느긋한 여행자에게 기차가 달려가는 곳은 어떤 행선지가 가니다. 기차는 늘 시간 속을 달린다. 몇 년 전 어느 카페로 나를 데리고 가기도 한고 느닷없이 어느 대화로 나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혹은 부끄러움 속으로 혹은 아련한 그리움 곁으로 데리고 간다. 그런가 하면 나의 장례식으로 나를 데리고 가기도 한다. -경춘선 마지막 기차 여행이 생각난다. 여행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뭐 한. 귀농한 지 2, 3년 쯤 되었을까. 춘천의 오랜 숙원이었던 서울-춘천간 전철이 개통한다며 축제처럼 들뜬 분위기였다. 더불어 ITX 청춘열차는 더 강력해진 속도만큼 춘천사람들을 장미빛 미래로 데리고 갔다. 하지만 시골이 좋아, 조금은 남루한 중소도시의 분위기가 좋아 춘천으로 귀농했던 나는 그..

독서일기/필사 2018.03.07

[떠남과 만남-구본형] 서문(필사)

이제는 그리움이 된 [구본형 선생님]인상깊게 읽었던 책-떠남과 만남을 아끼는 후배를 주고 개정판 [떠남과 만남]을 또 구매했었다.그 책을 이제야 다시 읽는다. 서문부터 새롭다. 그가 그리운 것이다. 필사하면서 읽어볼란다. 떠남과 만남글.구본형 초판 서문-아주 천천히, 달팽이처럼, 온몸으로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움직임의 궤적이 남는다. 온몸으로 걸어가기 때문이다. 여행은 자유이다. 그리고 일상은 우리가 매여 있는 질서이다. 질서에 지치면 자유를 찾아 떠나고 자유에 지치면 다시 질서로 되돌아온다.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 매여 있는 우리에게 여행은 늘 매력적인 것이며,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비장하지 않다. 여행처럼 설레는 것은 없다. 지도처럼 매혹적인 것 또한 없다.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

독서일기/필사 2018.03.06

민들레-115 중 뭔가를 잘할 수 있기까지(전문)

뭔가를 잘할 수 있기까지(민들레 115 중)글 : 홍원의 반복학습의 의미어린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아이들은 같은 비디오를 질리지도 않고 계속 보고 또 보면서 대사를 줄줄 외우기도 하고, 노래의 특정 소절을 시도 때도 없이 반복해서 부르곤 한다.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잘 기억하게 되는 건 당연하지만, 어린아이의 반복은 어른의 반복과 다른 특성이 있다. 겉보기에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반복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지점을 건드린다. 같은 비디오를 봐도 볼 때마다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고 새로운 맥락이 만들어진다. 노랫말도 처음에는 알아들은 수 없는 혀 짧은 소리를 내다가 점점 '개선'되어 또렷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 그런 인식-반복-개선 행동을 즐기기에 ..

독서일기/필사 2018.03.03

민들레-114 중 배움은 맥락속에서 일어난다.(전문)

배움은 맥락 속에서 일어난다.(민들레 114권 중)글. 홍원의 맥락의 효용 세상은 결코 간단한 공식 몇 가지로 묘사할 수 없다. 셀 수 없이 다양한 관계가 얽히고설켜 복잡한 세계를 이룬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일까. 우리 뇌는 복잡함을 이해하기 위해 '맥락'의 개념을 익혔다. 기계는 온전히 흉내 낼 수 없는 그것. 맥락이란 어떤 존재가 그가 속한 세계와 맺어왔고 또 맺어가는 관계의 총체를 뜻한다. 사람이 뭔가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이 맥락이다. 예컨데 '철수가 집을 나갔다'라는 문장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려면 그 배경을 알아야 한다. 엄마랑 싸웠는지, 친구가 불렀는지, 집에 불이 나서 탈출을 했는지.맥락은 유연함을 제공한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비틀어낼 수 있는 유창함을. 우리가 유머..

독서일기/필사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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