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샘의 잡테리어

지속가능한 지구살이를 위해 재활용/친환경/ DIY 공부 중

독서일기/필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13

잡테리어 목공샘 2018. 4. 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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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계수님께

사과장수는 사과나무가 아니면서 사과를 팔고,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 정직한 말을 파는 세로에서, 발파멱월, 강물을 헤쳐서 달을 찾고, 우산을 먼저 보고 비를 나중 보는 어리석음이 부끄러워지는 계절-남들의 세상에 세들어 살듯 낮게 살아온 사람들 틈바구니 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가을이면 먼저 어리석은 지혜의 껍질들을 낙엽처럼 떨고 싶습니다.

낮은 곳
형수님께

'푸른 과실이 햇빛을 마시고 제 속의 쓰고 신 물을 달고 향기로운 즙으로 만들 듯이' 저도 이 가을에는 하루하루의 아픈 경험들을 양지바른 생각의 지붕에 널어, 소중한 겨울의 양식으로 갈무리하려고 합니다.
-'양지바른 생각의 지붕' 이 말은 '성찰'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겠지. 나에게도 그런 생각의 지붕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지붕을 정성스레 만들어야 하겠지. 우리나라 집들의 지붕은 대개가 따스한 남향으로 집을 짓는 관계로 양지바르다. 집만 양지바른 방향과 터로 지을 것이 아니라 생각도 그러해야 함을 선생님의 글로써 깨우치게 된다.

떠남과 보냄
계수님께

빈약한 동거의 어느 어중간한 중도막에서, 바깥 사람이라면 별리의 정한이 자리했을 빈터에, 나는 그에게 무엇이었던가? 우리는 서로 어떠한 '관계'를 뜨개질해왔던가? 하는 담담한 자성의 물음을 간추리게 됩니다.
- '관계의 뜨개질' 인간관계를 설명하는 참 적실한 표현이다. '실'과 '바늘'로 하는 뜨개질에는 상황과 재료, 뜨개질의 이유 등에 따라 다양한 실과 바늘이 쓰인다. 실을 선택하는 데에는 뜨개질의 강도, 재질, 색상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바늘도 재료의 경도, 재질, 실의 종류에 따라 대바늘이 쓰이기도 하고 아주 가는 것이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인간관계도 그런 실과 바늘처럼 그 쓰임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다만 뜨개질의 이유가 재료의 효율적인 '붙임'이라면, '관계의 뜨개질'은 상호신뢰에 기반한 '인간적 붙임'일까.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파낸 한 덩이 묵직한 체험을 함께 나누는 견실함을 신뢰하며, 우리 시대의 아픔을 일찍 깨닫게 해주는 지혜로운 곳에 사는 행복감을 감사하며, '세상의 슬픔에 자기의 슬픔 하나를 더 보태기' 보다는 자기의 슬픔을 타인들의 수많은 비참함의 한 조각으로 생각하는 겸허함을 배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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