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농사일기를 쓴다.
블로그 자체도 오랜만이지만 유난히 추웠던 기나긴 지난 겨울 때문이리라. 춘천 고탄의 봄은 감자파종부터 시작된다. 아낙들은 집집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씨감자를 오리고, 남정네들은 감자밭에 퇴비 펴고 로터리를 치고 두둑을 만든다. 정식날짜를 순번을 매겨 일정을 잡으면 품앗이로 돌아가며 순차적으로 심어 가는 것이 고탄의 감자심는 법이다. 물론 이 법은 농사꾼들의 방법이고, 나같이 겨우 씨감자 한 박스 심는 게으른 농사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올해는 간벌목 공예용 나무판 주문까지 받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황량한 감자밭의 손짓에 애써 눈길을 피하고 있다가 거짓말처럼 하루 시간이 났다. 바로 '만우절'
'오늘 하루에 동네 아낙들과 남정네들의 일을 모두 해치워야 한다. 가능할까?'
'그래, 큰아들이 있었지.' 이젠 중2가 되는 놈인데 작년부터 어른의 그것처럼 한 몫 단단히 한다. 그리고 와이프도 쉬는 날이니 밭만 만들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먼저 씨감자 확보. 동네 여기 저기 3통화만에 저온저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한 박스 확보. 게다가 오려논 상태란다. 동네에서 심고 남은 것은 군납하시는 마을형님이 싹쓰리해서 확보해 놓은 걸 한 박스 주신단다. '나이스...'
밭에 뿌릴 퇴비가 두번째 미션. 자가제조 수피 퇴비를 잔뜩 해놓으신 또다른 형님께 부탁드렸더니 필요한만큼 퍼 가란다. 친환경 자가제조 퇴비도 확보!
세번째는 트랙터. 마을 트랙터가 농기계 창고에 머물고 있다. 이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오늘은 쓸 사람이 없을 거라고 아무때나 쓰란다.
마지막은 비닐피복용 관리기. 역시 마을에 공동으로 쓰는 관리기에 최근에 여기 저기 감자를 심느라 설치한 비닐피복기가 달려있다.
[만우절]이라서 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계속 의심을 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순서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야지.
오전에 밭을 만들 동안, 와이프와 아이들은 시내 장을 보러 갔었다. 점심 때 들어와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감자 정식을 했다.
이렇게 [만우절 감자심기]의 미션은 완성됐다. 제초 잘하고 물 잘 주면 작년과 같은 대풍을 기대해도 될 듯. 최고의 수확을 거둔 작년은 씨감자 한 박스에 50박스 이상을 캤다. 감자 고객들이여, 여름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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