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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수업/2013 지촌목공수업

[2013 지촌초등학교 목공수업 일지-4] @@걸이 만들기

잡테리어 목공샘 2013. 4.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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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이 만들기, 혹은 OO걸이 만들기...

삼성꿈장학재단의 교육복지 지원사업의 계획서에는 이번 시간이 "열쇠걸이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물론 열쇠를 걸 수 있고 그러면 열쇠걸이가 되고...

하지만 열쇠걸이라고 하는 순간 아이들의 상상력에 제동을 거는 것 같아 실제 수업은 @@걸이라고 하고 진행한다. 즉, 열쇠를 걸면 열쇠걸이, 모자를 걸면 모자걸이, 핸드폰을 걸면 핸드폰걸이 등 일상에서 쓰는 소품을 무엇이던 걸 수 있는 것이라는 뜻에서 @@걸이라고 하면 아이들은 그때부터 무얼 걸을까 하는 표정을 보이곤 한다.(내 상상일지 모르지만...)

 

그 걸이용 나뭇가지는 5~8mm 정도의 자연 나뭇가지-여기서는 주로 쪽동백을 이용한다-를 절단하여 붙이게 된다. 나무판에 구멍을 같은 직경으로 뚫고 거기에 나뭇가지를 꽂아 넣어 고정하게 되는데 내심 의도하는 바가 몇가지 있다.

 

먼저, 드릴프레스(구멍뚫는 기계)나 충전드릴에 목기리(나무에 구멍뚫는 철물) 6mm, 7mm, 8mm를 체결하여 각자 확보한 걸이용 나뭇가지에 맞는 직경의 구멍을 뚫게 하면 눈으로 직경을 재는 기술-목수들은 목척(目尺)이라 한다-을 자극하게 된다. 구멍 크기와 나뭇가지 굵기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이 생기는 것. 성인의 시각에서는 그게 뭐 대수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생각외로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눈으로 서로 다른 사물의 크기를 가늠해 보는 것.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눈으로 본 구멍에 여러 가지 굵기의 나뭇가지를 맞춰보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선택한 가지가 구멍에 딱 들어 맞는 경험은, 작지만 아이들에게는  참 소중한 성취감일 수 있다.

 

둘째, 구멍 크기보다 조금 큰 나뭇가지를 찾으라는 멘트를 준다. 작아서 헐렁하게 들어가면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조금 빡빡하게 들어가는 게 제일 좋지만 그런 크기를 정확히 찾는 것은 어려워서-자연 나무이기 때문에 굵기와 가지의 단면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조금 굵은 가지를 골라 구멍에 맞게 다듬어서 꽂는 게 좋다고 알려준다. 그러면 어떻게 다듬냐고 물어 오면 연필깎는 법을 알려 주는 것.

위험해 보일 수 있는 이런 과정이 사실 내가 의도하고 있는 목공수업의 핵심이다.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어서 아닌가. 그런데 문명이 발달할수록 도구의 인간이 도구에 지배받는 인간으로 되는 것 같다. 연필깎기가 아니면 연필 하나 제대로 못 깎는 아이들...전기밥솥은 불때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사람을 점점 보기 힘들게 만들고, 세탁기와 합성세제가 아니면 여름날 땀에 찌든 면티를 어떻게 빨아야 할 지 우린 알고 있을까? 십리, 이십리 길은 예사로 걷던 두 발은 이제 런닝머신 위가 아니면 악세레이터나 브레이크 위에만 놓여져 있으니...

그나마 초보적인 도구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목공 수업이기에 연필깎는 법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설령 조금 다치더라도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것이 속된 사랑타령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고 생각하기에 아이들로 하여금 날카로운 연장 앞에서 더 집중하고 온몸의 근육과 감각을 팽팽하게 긴장시키는 배움을 위해 벼랑끝 전술(?)을 나는 쓰고 있다.

 

 

 

 

 

 

 

 

 

 

시간이 모자라 이번 시간의 @@걸이는 대부분이 완성을 못했다.

다음 시간에 이어서 만들기로 하고 모아 논 아이들의 작품.

이 사진에 우리 교육의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2013년 목공수업을 다인학교(대안학교), 지촌초등학교(공교육), 별빛(지역아동센터) 등 3가지 배움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보이는 중요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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