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샘의 잡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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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가 귀촌인가

홀아비가 김치찌개에 눈물을 흘린 까닭은...

잡테리어 목공샘 2018. 4. 2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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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에 홀아비 김치찌개 밥상 앞에서 눈물을 흘리다.

'나이 50'이 된 건, 뭐 노력해서 얻은 것도 아닌 세월에 흐르다보니 그리 된 것이고...

'홀아비'란 아내가 해외로 연수를 떠난 일주일 간의 호칭이라 그닥 처연하지도 않지만...

'김치찌개 밥상', 이건 쫌 처량하다. 요즘 날마다 간벌목 커팅-나무가 주는 즐거움-에 온 몸이 쑤신 지 오래... 오늘로 6만개를 돌파했다. 동네 형님이랑 했으니 나 혼자서는 3만개, 즉 각도절단기를 3만번 내렸다 올렸다를 했다는 얘기. 무슨 에너자이저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아내도 없는 저녁 밥상을 홀로 차리고 아침에 먹던 김치찌개에다 식은 밥 한덩이를 넣고 비벼 먹는 게 저녁 메뉴가 된 셈. '아이고 내 팔자야.' 하며 비비던 중 그만 김칫국물이 튀어 눈으로 들어간 것이다.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동시에 고귀한 밥을 처량하게 비비니 '밥이 노했지'라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 밥이 뭔 잘못이 있겠나 싶다. 오히려 고마운 식량이지... 문득 농활에 가서 불렀던 '밥가'가 생각난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에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서로 나누어 먹는 것 ♪♬
흘리지들 말고 우리 식사해,
흘리지들 말고 우리 식사해♬♬♩
울 안에 키우는 돼지같이
흘리지 말고...♪♬♩"

그런 하늘과도 같은 밥을 먹으면서 신세타령을 했으니 밥이 노할 만도 하지...

그런 하루를 지내며 [귀농일상]을 스케치해 본다.

이런 저녁 밥상에서 눈물을 흘린 것.(참 소박하지요...ㅎㅎ)

눈물 몇 방울 흘린 후에, 농활 때의 '밥가'도 떠올리며 경건한 마음으로 늘 하던대로 싹싹 비웠다.

하늘과도 같은 밥을 먹은 날, '홀아비'와도 같은 하루 일상을 더 담아본다.

빨래 돌리고 늦은 저녁을 먹는데, 하필 손가락까지 부러져 깁스를 한 둘째놈이 밥상 앞에서 얼음과자를 맛나게 드신다.(저녁마다 저 놈 씻어주느라 그것도 홀아비 신세...)

늘 아내가 해주던 설거지를 하기 전.

먹은 게 없어도 설거지는 먹은 거 이상이다. 신기하다.

신세가 너무 거시기해서리 커피를 내려본다. 왠지 위안이 될 듯하여...

한 잔 마셔보았지만 오늘의 하루가 보상되지 않는다. 해서 쏘맥 한 잔 하며 이 글을 쓴다.

이렇게 귀농 12년차, 우연찮은 '홀아비'의 하루가 간다... 아니 갔네... 12시가 넘었다....헐~~~

아 참, 수정하다 보니 빨래 넌 것도 있네

홀아비 하루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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