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샘의 잡테리어

지속가능한 지구살이를 위해 재활용/친환경/ DIY 공부 중

독서일기/필사

[떠남과 만남-구본형] 1장-2 아아, 섬진강(필사)

잡테리어 목공샘 2018. 3. 8. 10:45
반응형
아아, 섬진강
-섬진강을 따라 걸으면 나도 강물이 되어 흐른다.


섬진강을 따라 봄길을 걸으면, 나는 매화 꽃잎처럼 날릴 수 있다. 낮에 탁주 한 뚝배기 걸치고 이 길의 강둑을 따라 걷다 보면 내가 강물처럼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가에는 검은 염소 몇 마리가 묶여 있다. 검은 눈으로 지나는 사람을 쳐다본다. 멀리 떠나가기 전까지 그렇게 쳐다본다. 내가 거기를 지날 때도 두 마리가 나란히 서서 내 모습을 눈길로 따라오고 있었다.강물이 따라오듯이. 이 고운 곳에도 술병들이 깨져 뒹굴고 있다. 세상의 망나니들도 섬진강 예쁜 줄은 안다. 빡빡한 세상살이 어려우면 여기 섬진강둑에 앉아 소주 한 병 벌컥거리며 마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을 버리고 갔을 것이다. 맘에 들지 않는 자신을 그 소주병처럼 버리고 갔을 것이다. 나뒹구는 소주병을 보며 그날 그 어쭙잖은 사람이 처진 어깨로 떠난 뒷모습을 본다. 어느 날 다시 돌아오너라. 그래서 섬진강둑에 버리고 간 자신을 되찾아 가거라. 소주병도 함께

게걸스럽고 탐욕스러운 사람이 되지는 않으리라. 그런 사람은 섬진강에 오지 마라. 슬픈 사람만 와라. 자기를 잃은 사람만 와라. 저 푸른 강물에 자기를 두고 간 사람만 와라. 다시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만 와라.

-나도 섬진강에 가면 내 자신을 찾아올 수 있을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