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에 날벼락!
이 소리가 단지 관용어구인줄로만 알았었는데...
하기사 한해 농사가 막 시작되는 요즘, 매년 가물기는 했지.
그래, 봄마다 가뭄이었으니 하늘은 말라있다고 치고, 웬 날벼락!!!
그 날벼락이 오늘 고탄, 고성리에 내리쳤다.
강원도 농산물원종장이 이 마을로 들어온다는 날벼락!
농산물원종장은 강원도 감자, 옥수수, 콩 등 종자개량, 보급하는 곳으로 원래 춘천 우두동에 있었다.
그런데 우두동이 택지로 개발되면서 이전 계획을 세운 것이다. 강원도 4군데로 나뉘어 있던 원종장을 통합하기도 하면서.
그 통합이전 예정지가 고탄 어디쯤 된다더라는 이야기는 작년 말부터 간간히 듣기는 했었다. 뭐 국유지나 시유지 몇천평 정도에 들어오나보다 했고 딱히 중요하게 생각지는 않았다. 정말 중요했던 건 박근혜 탄핵이었던 촛불 정국이었으니 더욱 더...
그런데 그 통합이전 계획의 실체가 오늘 드러난 것이다.
집 옆에 있는 창고 겸 하우스에서 겨우내 묵혀있던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있는데 동네 형님이 지나가다 문득 서서
"야, 너 집이 날라가게 생겼는데 정리는 무슨 정리냐"
"무슨 말씀이신지..."
"소식 못 들었냐. 니 집이고, 저 윗집이고 다 이사가야 돼. 원종장이 이리로 들어온데. 보상받고 다 쫒겨나게 생겼어."
2시부터 고탄리 마을회관에서 주민설명회를 하고 있다고 한다.
부리나케 달려가서 보니 설명회 끝자락.
송암리, 고성1,2리 이장님과 고탄리 사무장님, 사북면장님, 강원도의원, 농산물원종장 담당자 여러명, 그리고 나같은 주민들...
기본계획(안)이라고 찌라시(?) 같은 걸 나눠준다.
어랏. 우리집도 들어가있네. 지난 겨울 새로 지은 뒷집도 포함되고...
고성1리 농지는 거의 다 들어가있고, 고탄응달말, 하천부지도 토지매입 예정지에 다 편입되어 있다.
'허, 이거 누구맘대로 이렇게 빨간 선을 그었지.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 의견은 들어봤나?'
조상 대대로 살아오신 어르신들도, 귀농한지 5년 만에 어렵사리 집 짓고 사는 나도, 불과 2개월 전 조그만 집을 짓고 정착한 뒷집 형님 사정도 '빨간선' 안에선 아무것도 아닌갑다.
그래, 농산물원종장은 필요하다고 치자. 아니, 귀농한 입장, 농사짓는 입장에선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부득이 통합이전이 불가피하면 몇몇 대상지를 정해 순위를 매긴 다음, 지역마다 순회하면서 설명회도 하고, 공청회도 하고 해서 최대한 살고 있는 사람들, 터잡고 있는 동식물들 삶의 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공약수를 뽑아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라고 공무원들 세금주는 거 아닌가? 그래서 도지사로 최문순도 뽑았었는데....
관련내용 검색하다가 작년 말 작성되어 보고된 문서 하나 발견한다.(이 보고서 발주자는 강원도청, 즉 최문순이다.)
두 달도 채 안되는 기간에 연구원 한사람에 의해 우리 마을이 난도질 당해 예정지로 선정되는 문서다. 이런 썅~~~
그 연구원은 이 마을을 아는가? 마을사람 한분이라도 만나봤는가? 도대체 농촌마을을 아는 놈인가 말이다.
오늘 설명회 후 참석하신 주민들 다들 열받아서 반대를 위한 싸움을 본능적으로 준비하는 분위기다. 연판장을 만들어 보라는 말에 늦게까지 다듬고 다듬어서 만들고 있다. 내 터전을, 삶을 송두리째 시골로 이식하여 뼈를 묻으러 들어온 내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
기나 긴 싸움이 될거라는 이야기도 있고, 다 반대하는 데 어떻게 들어오겠냐며 의기양양한 분도 있다.
도처에 박근혜, 최순실이 있는 거 같은 느낌이다. 몰아낸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황당한 일이라니...
또다시 싸움이 시작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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