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샘의 잡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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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필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32

잡테리어 목공샘 2018. 5.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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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이빨
계수님께

생각해보면 비단 이빨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이 곧 우리들의 심신의 일부분을 여기, 저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나누어 묻는 과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무심한 한마디 말에서부터 피땀어린 인생의 한 토막에 이르기까지 혹은 친구들의 마음 속에 혹은 한 뙈기의 전답 속에, 혹은 타락한 도시의 골목에, 혹은 역사의 너른 광장에..., 저마다 묻으며 살아가는 것이라 느껴집니다.

묻는다는 것이 파종임을 확신치 못하고, 나눈다는 것이 팽창임을 깨닫지 못하는,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나의 소시민적 잔재가 치통보다 더 통렬한 아픔이 되어 나를 찌릅니다.

머슴새의 꾸짖음
형수님께

물을 거울로 사용하던 옛날의 이야깁니다만 무감어수라 하여 물에다 얼굴 비춰보지 말라는 금언이 있습니다. 이는 외모나 말이나 현재를 보지 말고, 외모 속의 실체와 말 이후의 실천과 현재가 잉태하고 있는 미래를 직시하라는 뜻이며, 그도 그 시대의 역사적 당위에 준거하여 비춰봐야 한다는 뜻이라 믿습니다.

떡신자
형수님께

징역때 묻었다는 것은 징역을 오래 살거나 자주 살아서 비위 좋고 염치없다는 뜻으로 통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알량한 체면이나 구차스런 변명 따위 코에 걸지 않는다는 솔직함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떡신자끼리의 공감이란 것도 무슨 가치공감일 리도 없습니다. 그저 동류하는 편안함입니다.
그런 때묻고 하찮은 공감에 불과하지만 삭막한 징역살이에서 이것은 여간 마음 훈훈한 것이 아닙니다.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을 발견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쁨이고 안도감입니다. 밥처럼 믿음직하고 떡처럼 반가운 것입니다. 헌 옷 걸치고 양지 쪽에 앉아 있는 편안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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