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형수님께 눈이 오는 날은 눈사람처럼 속까지 깨끗하게 되고 싶다던 '무구한 가슴'이 생각납니다. 모든 추함 까지도 은신시키는 기만의 백색에 둘리지 말자던 '냉철한 머리'가 아울러 생각납니다. 그러나 눈이 오는 날은 역시 후에 치러야 할 긴 한고에도 불구하고 우선은 상당한 감정의 상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도 아버님께 '아름다움'이란 바깥 형식에 의해서라기보다 속 내용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규정되는 법임을 확인하는 심정입니다. 서도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자획의 모양보다는 자구에 담긴 뜻이 좋아야 함은 물론 특히 그 '사람'이 훌륭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작품과 인간이 강하게 연대되고 있는 서도가, 단지 작품만으로 평가되는 인간 부재의 다른 분야보다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