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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필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2

잡테리어 목공샘 2018. 3. 2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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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이 부분은 단행복으로도 출간된 [청구회 추억]-신영복 글/조병은 영역/김세현 그림 -으로 필사를 대신한다. 단행본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이란... 대학교 때 읽었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는 없었던 내용임을 신영복 선생님의 '청구회 추억'의 추억이란 단행본 후기글에서 확인한다.
단편영화와도 같은 가슴 저린 동화같은 이야기, 그러나 사형수가 교도소에 엎드려 온 몸으로 써내려간 마음 절절한 이야기. 어두웠던 현대사가 만들어 낸 참으로 역설적인 문학적 성취와 개인의 정신사적 승리가 아닐 수 없다.
(본문 내용은 필사하지 않는다.)

'청구회 추억'의 추억

사형이 선고되었을 때 순간적으로 스치는 느낌은 한마디로 '공허'였다. 나의 존재 자체가 공동화되는 상실감이었다고 기억된다. 그리고 너무 짧게 끝나는 생애에 대한 아쉬움이 뒤따랐다.

그 비장한 심경의 틈새를 비집고 지극히 개인적인 애환들이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과 그 사람들에게 나는 무엇이었던가 하는 반성에서 시작하여, 지키지 못한 약속은 없는지, 빌린 책, 갚지 않은 돈은 없는지...
그중의 하나가 바로 청구회 어린이들과의 약속이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장충체육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감옥의 벽에 기대어 그들과의 만남을 처음부터 끝까지 떠올렸다.
그리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쓰기 시작했다. 하루 두 장씩 지급되는 재생종이로 된 휴지에, 항소이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빌린 볼펜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록이라기보다는 회상이었다. 글을 적고 있는 동안만은 옥방의 침통한 어둠으로부터 진달래꽃처럼 화사한 서오릉으로 걸어 나오게 되는 구원의 시간이었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추억으로 이루어져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모든 추억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만나는 곳은 언제나 현재의 길목이기 때문이며, 과거의 현재에 대한 위력은 현재가 재구성하는 과거의 의미에 의하여 제한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추억은 옛 친구의 변한 얼굴처럼 전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이 추억의 생환이란 사실을 나중에 깨닫기도 한다.

[청구회 추억]을 옮기고 나서
2008년 여름 / 조병은

[청구회]는 [사색]의 일부를 구성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다른 글들과 분명히 구별된다.

첫째, [청구회]는 수필 형식으로, (중략) 그 문체 또한 다른 편지글에 비해 더욱 성찰적이고 회고적이며 절제된 글로서, 저자가 구속되기 전 2~3년간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넷째, 저자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글은 "추억의 생환"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가 사형선고를 받고 남한산성의 육군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때 이 글을 썼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 글은 마음 아픈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사실 때문에,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한 글이란 점에서 이는 정신의 승리이기도 할 것이다.

다섯째, [청구회]는 만남에 관한 글이고, 선생의 의미를 묻는 글이며, 중년의 독자에게는 유년시절의 자아와 만나게 하는 글이기도 하다. 이 글은 저자와 여섯 청구회 어린이와의 만남이 당시의 정치, 사회적 상황 속에서 그 순수성이 어떻게 굴절되고 왜곡되는가에 관한 기록이다. 어린이들과 만나는 '선생'으로서의 저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사제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읽을 수 있다.
나아가, 어린이들과 함께 엮어가는 여러 층위의 만남과 그 만남의 지속을 통하여 저자는 21세기를 일관해온 서구의 "존재론적 패러다임'을 지양하는 21세기의 대안적 원리로서의 "관계론"의 핵심적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여러 자료를 제시하면 강조하는 "관계론"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하려 보여주는 바와 같이 그의 삶에 배어 있는 기본적 정서이다. 젊은 지식인이 가난한 소년들에게 기울이는 따뜻한 관심과 진정성을 통하여 저자는 휴머니즘이야말로 모든 인간관계의 정수라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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