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샘의 잡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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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필사

[떠남과 만남-구본형] 1장-1 기차안에서(필사)

잡테리어 목공샘 2018. 3. 7.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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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기차는 늘 시간 속을 달린다

느긋한 여행자에게 기차가 달려가는 곳은 어떤 행선지가 가니다. 기차는 늘 시간 속을 달린다. 몇 년 전 어느 카페로 나를 데리고 가기도 한고 느닷없이 어느 대화로 나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혹은 부끄러움 속으로 혹은 아련한 그리움 곁으로 데리고 간다. 그런가 하면 나의 장례식으로 나를 데리고 가기도 한다.
-경춘선 마지막 기차 여행이 생각난다. 여행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뭐 한. 귀농한 지 2, 3년  쯤 되었을까. 춘천의 오랜 숙원이었던 서울-춘천간 전철이 개통한다며 축제처럼 들뜬 분위기였다. 더불어 ITX 청춘열차는 더 강력해진 속도만큼 춘천사람들을 장미빛 미래로 데리고 갔다.
하지만 시골이 좋아, 조금은 남루한 중소도시의 분위기가 좋아 춘천으로 귀농했던 나는 그것이 반갑지는 않았다. 청량리에서 출발했던 대학MT의 비둘기호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 추억속의 경춘선이 마지막 운행을 앞 둔 며칠 전, 온 가족이 없어질 경춘선 무궁화호에 몸을 싣고 서울로 올라간 '여행'을 생각나게 한다. 구본형선생님이.

나무는 참을 수 없이 '간절하고 열렬해지면' 꽃이 된다. 그래서 이 봄에 가장 먼저 뜨거워지는 매화로부터 시작하려고 했다.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의 깊이가 참 따뜻하다. '매화'에 대해 이만큼 '열렬'할 수 있을까. 그의 눈 속에 있는 매화꽃들이 참 뜨겁다. 매화와 선생님이 주인공인 한 폭의 수채화같다.

두 번째 인생은 절대로 바쁘게 보내지 않을 것이다. 첫째, 더 자유로울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나에게 명령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할 것이다. 둘째, 더 많이 배울 것이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진지함을 버릴 것이다. 셋째, 배운 것을 통해 기여할 것이다. 주제넘지 말 일이다. 내가 만족한 나의 삶만이 이땅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여행은 생략할 수 없는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었다.
-진지하게 배우지만 진지함을 버린다. 끝을 알듯 말듯, 선생님의 사색의 깊이가 느껴진다. 주제넘지 않는 기여, 대가의 겸손함이 느껴진다.

인생의 목적은 인생이다. 산다는 것이 바로 목적이다. 그래서 인생이 전부 경제와 경영일 수 없는 것이다. 사랑도 해야 하고 눈물도 흘려야 하고 순수한 배움 자체가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활동적이다. 철저하게 혼자 있을 때 가장 고독하지 않다.

햇빛이 맑으면 걸을 것이다. 그곳이 어디여도 좋다. 마음이 가면 내 발도 따라갈 것이다. 비가 오면 뒷골목 흐릿한 술집에서 비를 보면 앉아 있을 것이고, 그것도 싫으면 초라한 객지 여관에서 자다 깨다 하며 한 권의 책을 읽을 것이다. 나에게 장대하고 아름다운 꿈이 있는지 물어볼 것이고,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더 이상 묻지 않고 기다려줄 것이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의 온전한 자기확신, 자기사랑이 참 부럽다. 꿈을 묻되 채근하지 않고 영글 때까지 기다려준다. 나는 이렇게 나를 사랑한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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