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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이만교 선생님의 글쓰기 강좌] 8시간의 후기

잡테리어 목공샘 2017. 3. 1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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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교 선생님의 글쓰기 강좌]

 

지난 121, 서울 홍대 앞 대안연구공동체(대안연)에서 이만교 선생님의 글쓰기 강좌가 있었다. 그보다 한 주 전, 페친이신 김희수쌤이 동일한 강좌를 듣고 페북에 강좌 후기를 올렸다. 김희수쌤은 지난 해, 김수진선생님의 글쓰기 강좌를 통해 알게 된 국선변호사. 상당히 준수한 외모가 법률가로 보이진 않았지만 가끔 올라오는 글을 통해 가슴 따뜻한 변호사로 각인되어서 강좌후기가 하고 내 마음에 불을 당겼다. 글쓰기의 모든 것을 무려 8시간, 그것도 하루만에 전수하는 강좌라니(거기다가 무료로). 아마 김희수쌤의 후기가 아니었다면 신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똑같은 강좌가 바로 다음 주에도 진행된다고 했다. 바로 신청을 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신청은 마감. 부랴부랴 글쓰기 공작소 카페 (http://cafe.daum.net/mercco) 가서 가입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대기자 신청을 했다. 김희수쌤 이름을 팔면서...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 진다고 했던가. 강의 3일 전 문자가 왔다. 수강 취소한 분이 있어 신청이 가능한데 하겠냐는. 재빨리 문자 전송하고, 수강신청서 메일 발송하고, 수강비도 쐈다(5만원은 수강 완료하면 환불). 그렇게 이만교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홍대 앞 구경도 할 겸, 강좌가 2시 시작이라 점심도 해결할 겸 해서 일찍 도착한 홍대 앞은 왠지 낮설었다. 대안연이 있다고 생각되는 홍대 맞은 편 골목으로 이리 저리 흘러다니다가 보니 12~3년 전에 몇 개월 정도 다녔던 인테리어 회사가 생각났다. ‘이 골목이 맞을텐데... 저 건물 1층이었는데.’ 그런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그 건물 말고는 좌우 건물이며 맞은 편 풍경이 꽤나 낮설다. 그러고 보면 그 거리만큼 나도 낮선 존재가 된 것 같고.(서울에선)

1시가 다 돼 한참을 고르다 양평해장국집에 들어갔다. 그나마 익숙한 맛을 찾아 들어간 것, 여유 부려가며 천천히 먹고 계산하려는 데 카드가 없다. 아마 전철 개찰구에 체크하고 나오다 빠뜨린 듯. 다행이 현금이 조금 있어 계산하고 나왔지만,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무지 당황했다. 참 거래정지! 카드사에 전화 걸어 분실신고를 했다. 재발행에 시간이 걸린단다. 다음 주가 설날인데 그때까지 송달되냐고 묻지만 잘 모른단다. 토요일이라 송달업무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어려우니 월요일 날 다시 전화하란다. 긴급배송이 가능한 지는 그때 담당자가 답변 가능하다고. 젠장 거리도 변하고 주머니에 돈(카드)도 없고...

어수선한 마음으로 대안연을 찾아갔다. 집구조로 말하면 가운데 거실이 있고 주변으로 여러개의 방(강의실)이 있는 곳이다. ‘뭐 이런 데가 다 있지?’ 대안연에 대한 궁금증을 뒤로 하고 이만교선생님 강의실로 들어가니 2시가 다 됐다. 빈자리가 거의 없다. 맨 앞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으니 선생님이 보였다. ‘, 나보다 젊은 거 같은 데. 40대 초반이나 중반... 외모도 장난 아닌데. 글 안 써도 먹고 살겠구먼.’

강의가 시작됐다. 지난 주(114) 강좌에 대한 소감을 말한다. 시간 조절을 잘 못해 준비한 내용을 다하지 못했다고. 이번에는 페이스 조절을 잘해서 중요한 것들을 다 이야기 하겠다고. 그러고 본인 소개를 하는데 외모만큼 재미있다. 아니나 다를까 고등학교 시절, 자기 외모에 대한 자심감으로 공부도 안 했단다. 이 정도 외모면 뭘 해도 되지 싶은 마음으로. 웃기기는 했지만 인정. 놀라운 건 나보다 나이가 많다. 아니 게다가 동안! 작가로서의 부러움에 앞서 참 여러 면에서 출중한 DNA를 가지고 계신 듯하다. 그런 남다른 외모로 작가가 되기까지, 글쓰기 강좌를 10여년 이끌어 오게 된 이유까지 자연스럽게 소개하면서 강의에 빠져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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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지난 겨울, 이만교쌤을 만나 글쓰기 강좌를 듣게 된 경위다. 8시간짜리 강좌를 개설하면서 무료로 하게 된 조건이 하나 있었다. 강좌 후기를 수강생 SNS에 올리는 조건이다. 121일이니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일상에 쫒기다가도 가끔 후기를 써야 된다는 강박이 목에 가시 같았다. 그 가시를 지금 빼려고 한다. 그래서 먼저 강좌 신청의 사연과 수강 전의 모습을 스케치 해본다. 그리고 그날 적었던 14쪽의 강의노트를 본다. 몇 개 빼곤 기억이 가물거린다. 해서 강의 내용을 요약하기보다는 받았던 인상위주로 후기 작성을 하려고 한다.

 





1강의 내용은 한마디로 인문학 강의다. ‘근대성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으로 강의를 이끌어 가는데 작가인지, 철학자인지... 나에 대한, 내 존재에 대한, 내가 하고 있는 생각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하게 해 주었다. 글을 쓰기에 앞서 근대성(인류가 발전시켜 온 사유의 과정)에 대한 이해와, 그것이 나에게 주는 의미, 뭐 이런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인듯 싶다. 내가 이해하기에는. 이 점이 아마 다른 글쓰기 강좌와 질적으로 다른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글을 써 본 적도 없고, 글쓰기 강좌를 많이 들어본 적도 없지만 1강의 이 내용은 참 소중한 울림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얼굴만 잘 생긴 게 아니잖아...^^)

근대철학과 더불어 강의한 심리학(어린 앨버트 실험), 최근의 뇌과학(맥커크 효과,벤자민 리벳)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의 공부가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주었다. 진화론, 진화심리학, 인지언어학 등등 이만교선생님의 광대한(?) 촉수는 나로 하여금 자괴감만 들게 할 뿐... 이것이 수유너머에서 시작해 10년 넘게 글쓰기 강좌를 하면서 정리된(정리하고 있는) 베이스라고.(기억이 맞나?)

2시간동안의 1강이 끝나고 4시부터 2강으로 들어간다. 본격적인 글쓰기 수업이다. 1강과 마찬가지로 글쓰기와 관련된 다방면의 이야기로 강의에 빠져들게 한다. 10년의 내공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당시에 쓴 노트를 보니 프로이트, 조셉 캠벨, 애니멀커뮤니케이터 하이디, 김애경(무당)이란 이름이 보인다. ‘생각을 생각한다바로 성찰이 되는 그 시점이 글쓰기의 시작점이 된다는 노트도 보이고. 그게 바로 생각문장인데 관련된 몇 가지 명제 같은 게 보인다.

문장을 바꾸면 생각(감정) 바뀐다.’

글쓰기는 생각문장을 바꾸는 일

인류는 더 좋은 생각문장을 만들어가고 있다(=진화)’

 

2강이 끝나고 1시간 동안 저녁식사 시간이 주어졌다.

뿔뿔이 흩어지고 만교쌤과 같이 갈 사람은 양평해장국으로 오란다. 양평해장국’...

두 끼를 연거푸 해장할 수 없어 혼자 홍대 뒷골목으로 들어간다. 마침 겨울눈이 듬뿍 내리고 있다. ‘홍대 거리를, 그것도 눈 내리는 밤에 걸을 수 있다니...’ 1시간을 떠다니며 눈호강을 많이 했다. 테이블 두 개짜리 이쁜 카페, 골목 코너에 자리 잡은 조그만 디자인 회사, 어설픈 듯 정감 가는 소박한 간판, 집인지 작업실인지 모를 아담한 주택 등. 다시 못 볼 풍경인양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구경하다가 다시 강의실로 들어간다.

 

3, 4강은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론. 단락을 어떻게 만들고 서사를 어떤 구조로 구성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합평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중간중간 내용에 걸맞는 유튜브 동영상(연애의 기술)도 보여주고, ‘메리비안의 커뮤니케이션 법칙도 소개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10여년의 내공을 쏟아냈다. 신춘문예 당선권의 문장부터 초보자의 글까지, 마치 바둑의 급수처럼 하수, 중수, 고수의 글솜씨를 통해서 오랜 기간 수련을 해야 함도 알았다. 최소 5~6년은 글을 잡고 있어야 비로소 등단이 가능한 경지에 이른다니, 8시간 강좌에 너무 큰 욕심을 낸 게 아닌가 싶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아무튼 그 날의 8시간 강의는 저녁 11시가 돼서야 끝이 나고 있었다. 일부 수강생은 막차 시간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고, 종강을 선언한 선생님은 미리 납입한 수강료 5만원을 각각 봉투에 담아 수료증 교부하듯 나누어 주었다. ‘이걸 받아야 되나일단은 받았지만 맘이 편하진 않았다. 더 받아도 될 만한 강의였기에... ‘그래, 뒷풀이 비용으로 내자.’

그렇게 귀가에 바쁜 분들이 빠져나가고 강의실에 남은 사람들은 미리 약속된 뒷풀이 시간을 가졌다. 근처 호프집이었는데 마치 탄핵 촛불집회 아지트처럼 꾸며진 술집이었다. 서울 시내에서 얼마 만에 즐기는 술자리인지... 선생님과 여남은 명의 수강생이 새벽 3시가 넘게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었으리라. 술을 전혀 안 하시지만 8시간의 열강 후에도 지치지 않고 술자리 토크를 이어가신 만교쌤에게 엄지 척과 함께 감사인사 드린다.

 

후기를 마무리하며 강의 때 소개한 저서 [글쓰기 공작소]를 들춰 본다. 그 날의 감동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를. 이만교선생님이 대안연에서 진행하는 정식 글쓰기 강좌도 굴뚝같은 심정이지만, 춘천에서 홍대까지의 거리가 주저하게 한다. 언젠간 다시 만날 것이지만 그때가 언제일지, 또 어느 자리일지, 앞날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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