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공간, 열린 공간 형수님께 긴장과 갈등으로 팽팽히 맞선 관계는 대자적 인식의 한 조건일 뿐 아니라 모든 '살아 있는' 관계의 실상입니다. 관계를 맺고 난 후의 편안하게 길들여진 안거는 일견 '관계의 완성' 또는 '완숙한 관계'와 같은 외모를 하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그것을 가져다준 관계 그 자체의 붕괴가 시작되고 있음을, 이미 붕괴가 끝나가고 있음을 허다히 보아왔기 째문입니다. 비단 갇혀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많은 사람들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튼튼한 연대감이야말로 닫힌 공간을 열고, 저 푸른 하늘을 숨쉬게 하며... 그리하여 긴장과 갈등마저 넉넉히 포용하는 거대한 대륙에 발 딛게 하는 우람한 힘이라 믿고 있습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아픔'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