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섬진강 -섬진강을 따라 걸으면 나도 강물이 되어 흐른다. 섬진강을 따라 봄길을 걸으면, 나는 매화 꽃잎처럼 날릴 수 있다. 낮에 탁주 한 뚝배기 걸치고 이 길의 강둑을 따라 걷다 보면 내가 강물처럼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가에는 검은 염소 몇 마리가 묶여 있다. 검은 눈으로 지나는 사람을 쳐다본다. 멀리 떠나가기 전까지 그렇게 쳐다본다. 내가 거기를 지날 때도 두 마리가 나란히 서서 내 모습을 눈길로 따라오고 있었다.강물이 따라오듯이. 이 고운 곳에도 술병들이 깨져 뒹굴고 있다. 세상의 망나니들도 섬진강 예쁜 줄은 안다. 빡빡한 세상살이 어려우면 여기 섬진강둑에 앉아 소주 한 병 벌컥거리며 마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을 버리고 갔을 것이다. 맘에 들지 않는 자신을 그 소주병처럼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