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샘의 잡테리어

지속가능한 지구살이를 위해 재활용/친환경/ DIY 공부 중

2018/03 29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11

눈 오는 날 형수님께 눈이 오는 날은 눈사람처럼 속까지 깨끗하게 되고 싶다던 '무구한 가슴'이 생각납니다. 모든 추함 까지도 은신시키는 기만의 백색에 둘리지 말자던 '냉철한 머리'가 아울러 생각납니다. 그러나 눈이 오는 날은 역시 후에 치러야 할 긴 한고에도 불구하고 우선은 상당한 감정의 상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도 아버님께 '아름다움'이란 바깥 형식에 의해서라기보다 속 내용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규정되는 법임을 확인하는 심정입니다. 서도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자획의 모양보다는 자구에 담긴 뜻이 좋아야 함은 물론 특히 그 '사람'이 훌륭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작품과 인간이 강하게 연대되고 있는 서도가, 단지 작품만으로 평가되는 인간 부재의 다른 분야보다 마음에 듭니다...

독서일기/필사 2018.03.31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10

방안으로 날아든 민들레씨 아버님께 작년 이맘때의 생일연이 어제 일같이 가깝게 기억되는데 그것이 벌써 일년이나 전의 일이고 보면 저희들은 세월의 흐름에 어지간히 무디어진 것 같습니다. 1, 2년쯤 아무 하는 일 없이 지내기를 예사로 여기는 둔감함은 설령 징역살이에 필요한 감각이라 할지라도 좋은 습벽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버릇은, 특별히 절실한 일에 쫓기지 않는 데다 또 생활이 단조로워서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없음에 연유하는 듯합니다.절실한 일이 없으면 응달의 풀싹처럼 자라지 못하며, 경험이 편벽되면 한쪽으로만 굴린 눈덩이처럼 기형화할 위험이 따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 살면서 성격의 굴절을 막고 구김살 없이 되가란 무척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론, 개개인이 각자 자기 완결적인 덕성을 도야해가는 개..

독서일기/필사 2018.03.30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9

동굴의 우상 아버님께 최후의 한 잎마저 떨어버린 겨울의 수목이 그 근간만으로 뚜렷이 바람 속에 서고, 모든 형태의 소유와 의상을 벗어버린 징역살이는 마치 물신성이 척결된 논리처럼 우리의 사고를 간단명료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겨울에는 자칫하면 주변에 대한 관심을 거두어 제 한 몸의 문제에 문 닫고 들어앉아 칩거해버릴 위험도 없지 않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소유욕이며 추락입니다. 그러므로 겨울이 돌아오면 스스로 문을 열고 북풍 속에 섬으로써만이 '동굴의 우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손님 아버님께 모든아이들에게 있어서 손님은, 어른들의 자상하지 않은 대꾸로 인하여 더욱 궁금해진 그 미지의 손님은 어린이들이 최초로 갖게 되는 다른 세계에 대한 관심이며, 어린아이들의 소왕국을 온통 휘저어놓는 '걸리버'의 ..

독서일기/필사 2018.03.29

나무가 주는 즐거움 [생태공예] [목공공예] [목공수업]

이른바 [생태공예]라고 불리는 간벌재를 이용한 목공수업을 [별빛산골유학센터]에서 4년 간 진행했었다. 목공을 배우게 된 건 태생적 유전자의 힘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인천 제물포 옛집 옥탑방을 목수 아저씨들과 직접 만들면서이다. 평소 안면이 있던 내장목수(인테리어목수) 아저씨들이 '민우야, 대학가면 뭐하냐. 아저씨들 따라 목수일 배우자. 보기에는 그래도 돈도 제법 벌고 앞으로도 유망해. 조각 솜씨만 좀 키우면 작품도 할 수 있어. 그러면 부르는 게 값이야.' 보기에도 아트(?)한 목수아저씨는 실제 조각도 했다. 옛날 다방이나 레스토랑 입구에 성화에서 봄직한 여인상, 말상 등을 압축 스티로폼에 조각한 후 녹슨 스틸 질감의 페인팅을 하면 보기에 그럴싸한 작품으로 탄생한다. 역시 부르는 게 값이였던 기억.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8

거두망창월 아버님께 가을이라 옥창에 걸리는 달도 밤마다 둥글게 자랍니다. 가을은 '글 읽던 밤에 달이 떠 있는 우물물을 깨뜨리고 정갈하고 시원한 냉수를 뜨며' 잠시 시름을 쉬고 싶은 계절입니다. 옥창 속의 역마 계수님께 가게에 내놓은 사과알의 색깔과 굵기로 가을의 심도를 측정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풀빛의 어린 사과가 가게의 소반 위에서 가을과 함께 커가면 사과나무가 없는 출근길에 평소 걸음이 바쁘던 도회인들도 그나마 사과 한 알만큼의 가을을 얻게 됩니다. 역마살은 떠돌이 광대넋이 들린 거라고도 하고 길신이 씌운 거라고도 하지만, 아직도 꿈을 버리지 않은 사람이 꿈 찾아나서는 방랑이란 풀이를 나는 좋아합니다. 하늘 높이 바람 찬 연을 띄워놓으면 얼레가 쉴 수 없는 법. 안거란 기실 꿈의 상실이기 쉬우며 도..

독서일기/필사 2018.03.28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7

꽃과 나비 아버님, 어머님께 "꽃과 나비는 부모가 돌보지 않아도 저렇게 아름답게 자라지 않는냐." 어린 아들에게 이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졸아가신 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의 자애로 담뿍 적신 저는, 꽃보다 나비보다 더 아름답게 살아가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버림과 키움 아버님께 10년, 저는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두 개의 종소리(전문) 아버님께 새벽마다 저는 두 개의 종소리를 듣습니다. 새벽 4시쯤이면 어느 절에선가 범종소리가 울려오고 다시 한동안이 지나면 교회당의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이 두 종소리는 서로 커다란..

독서일기/필사 2018.03.27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6

이웃의 체온 계수님께 수인들은 늘 벽을 만납니다. 통근길의 시민이 'stop'을 만나듯, 사슴이 엽사를 만나듯, 수인들은 징역의 도처에서 늘 벽을 만나고 있습니다. 가련한 자유의 시간인 꿈속에서마저 벽을 만나고 마는 것입니다. 무수한 벽과 벽 사이, 운신도 어려운 각진 공간에서 우리는 부단히 사고의 벽을 헐고자 합니다. 생각의 지붕을 벗고자 합니다. 온기 한 점 없는 냉방에서 우리를 덮어준 것은 동료들의 체온이었습니다. 추운 사람들끼리 서로의 체온을 모으는 동안 우리는 냉방이 가르치는 '벗'의 의미를, 겨울이 가르치는 '이웃의 체온'을 조금씩 조금씩 이해해가는 것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부모님께 접견 때마다 애써 아픈 마음을 누르시고 담담하게 이야기하시는 아버님, 어머님의 그 각별하신 배려 앞에서 저는..

독서일기/필사 2018.03.26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5

생각을 높이고자 아버님께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결코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하에서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듯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싶습니다. 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려 함은 사침하여야 사무사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여자 동생에게 '미' 자는 '양' '대'의 회의로서 양이 크다는 뜻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큼직한 양을 보고 느낀 감정을 그렇게 나타낸 것이다. 그 고기를 먹고 그 털을 입는 양은 당시의 물질적 생활의 기본이었으며, 양이 커서 생활이 풍족해질 때의 그 푼푼한 마음이 곧 미였고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므로 너는 먼저 그녀의 생활목표의 소재를 확인하고 그 생활의 자세를 관찰하여 나아가 ..

독서일기/필사 2018.03.25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4

객관적 달성보다 주관적 지향을 동생에게 독방은 강한 개인이 창조되는 영토이다. 연말이, 새해가 다가왔다. 유정한 시간의 대하위에 팻말을 박아 연월을 정분하는 것은 아마 그 표적 앞에서 스스로의 옷깃을 여미어 바로 하자는 하나의 작은 '약속'인지도 모른다. 그 개인이 이룩해놓은 객관적 '달성'보다는 주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지향'을 더 높이 사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신영복선생님의 대전교도소 복역기간 중의 글을 엮은 것이다. 1971년부터 1986년. 내가 3살때부터 고1까지의 기간이다. 유아기,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무려 16년을 대전교도소에 갇혀 계신 것이다.(물론 전체 수형생활은 20년 20일) 정치, 사회, 역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채 무럭무럭 자란 그 시간이 웬지 죄스럽다. 무엇을 위해 그..

독서일기/필사 2018.03.24

2018-03-22 [로컬푸드 출하자 교육] 2회차

귀농연습한 2006년, 춘천시 사북면 지촌리의 친환경작목반-사북작목반에서 로컬푸드 발제를 했었다. 당시에 귀농 초보 시절이었고 나이가 제일 어리다는 이유로, 브라이언 헬웨일의 [로컬푸드]였는지 다른 자료집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요약발제를 했다. 그 요약자료를 보고 칭찬 비슷한 것도 받았다는 기억... 아마 그때쯤 국내에도 로컬푸드란 용어가 회자되기 시작했고 생협을 중심으로 로컬푸드가 '운동'의 관점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정작 발제를 했던 나는 2007년 귀농 후 2008~2009년 마을사무장을 하며 로컬푸드는 마음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갔고. 귀농 후 가입했던 '춘천신북농협'도 2년여의 준비를 거쳐 2년 전 로컬푸드 직매장을 오픈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오픈 초기 썰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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