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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필사

[떠남과 만남-구본형] 5장-귀환 그리고 후기

잡테리어 목공샘 2018. 3. 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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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다시 일상으로

바다는 내 삶이 추구하는 상징이다. 아이들의 이름 속에 모두 바다를 넣은 것처럼 바다는 나의 미래이다. 그리고 꿈이다. 바다는 늘 낮은 곳을 선택하는 물의 승리이다. 바다는 모든 것을 그 안에 담고도 오직 하나의 색, 푸른빛을 유지하고 있다. 똥과 오줌, 신다 버린 신발, 동물의 시체, 어부인 남편을 잃은 부인의 눈물, 절망한 사람이 먹다 버린 소주병, 부정직한 인간이 밤에 몰래 방류한 폐수, 탐욕스러운 인간이 밤새 퍼먹다 토한 오물을 다 쓸어안고도 푸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바다는 가끔 밑바닥을 뒤집어엎어 스스로를 정화한다. 태풍과 풍랑과 해일과 파도는 바다가 스스로를 정화하는 도구들이다. 바다가 바다일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어찌 배우고 닮고 싶지 않겠는가?

모든 여행자가 영웅은 아니다. 대개는 필주에 지나지 않는다. 필부는 '일상에 매여 사는 사람'이다. 일상에 매여 살고 일상 속에서 울고 웃고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세상의 흥망에 책임이 있다. 명나라 말기에 살았던 사람, 그래서 만주족의 청나라가 들어서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망국의 고증학자 고염무의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나의 삶이 세상의 흥망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좋아서다. 내가 필부라는 것을 내 아내도 알고 있고 내 딸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의 어느 위대한 사람보다도 그들에게는 내가 훨씬 중요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별과 같다. 수없이 많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작은 우주이다.

공자와 노자와 장자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우리의 삶을 서로 보완하는 한 사람으로 인식될 때, 우리는 세상에 나가서도 자신으로 들어와서도 자유롭다. 나아가 세상을 바꾸고 들어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자유가 아닐까?

긴 여행을 통해 '가슴속에 역력했던" 산과 강, 바다와 구름, 바람 들은 속세에서 얻었던 경험, 유용한 분별력 들과 갈등을 만들어낼 것이다. 나는 속세를 떠난 스님이 아니다. 혹은 사회적 가치에서 자유로운 틸속한 인물도 아니다. 잘 구워진 생선 한 접시에 코를 박고, 술 한 병에 취한다. 책이 잘 팔리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아이들의 일로 즐거워하고 또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가는 곳이 어디든 따라가고 싶어하는 아이 같은 노인이 될 것이다.
-그런 아이 같은 노인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리 일찍 가시다니. '일상의 황홀' 출판기념회에서 뵌 선생님의 수더분한 모습이 떠오른다.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에, 구수한 입담. 그와 함께 한 남도 기행... 이번 독서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필사까지 하였으니.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나는 나아질 것이고 스스로가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바라건대 다른 사람들로부터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불운과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쌓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변화'라는 주제 속에 내가 담아내고 싶은 인생이다.

후기-자연과 사람 그리고 변화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내면적 성찰이 요구된다. "체제에 충실하게 복무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무관심에 의해 사회적 죄악이 방조되고 만들어진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회야말로 위대한 사회다. 이런 사회는 나아질 수 있다. 올바른 변화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이때 휴식과 성찰은 소비가 아니라 창조로 인식될 것이다. 지식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 지식은 곧 사람을 의미한다. 전문적 지식뿐 아니라 그 지식을 오직 공동의 행복을 위해서만 사용하려는 가치관과 의지를 가진 사람 그 자체를 의미한다. 사람은 쉬고 있을 때와 자신의 내면과 만날 때, 가장 자유로운 정신력을 가지게 된다. 그때 비로소 작은 이해와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휴식은 자신에게 선사한 따뜻한 시간이다.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어떻게 더 나아질수 있겠는가? 왜 우리는 늘 바쁘고 또 다른 사람을 바쁘게 하는가? 바쁜 사람은 바보다. 자신을 괴롭히고 남을 못살게 할 뿐이다. 휴식이 게으름이나 소비로 느껴지지 않을 때, 한 사회가 이에 진심으로 공감할 때, 우리는 훨씬 나아진 사회에 살게 된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긍정적 변화인 것이다.

-사진작가[윤광준]의 말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떠남과 만남'의 글은 요약하지 않는다. 그의 글 전체가 좋기 때문이다. 윤광준의 '잘 찍은 사진 한 장'이란 책을 본 적이 있다. 잘 아는 사진가가 추천한 책을 보며 '사진작가가 글도 잘 쓰네'하면 감탄했었다. 그의 그림자에 구본형선생님이 있었다니 놀랍다. 매력있는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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