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흑산도에는 아직 홍어가 있고 예리 포구에는 옛날의 정취가 남아 있다 서당의 마루에 앉아 처마를 스치고 떨어지는 햇빛을 쬐고 있자니 조용하여 새소리가 더욱 파랗다. 왼쪽에 있는 작은 사랑채의 방문이 빠끔히 열려 있어 손암이 잠시 집을 비운 듯하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하고, 나 또한 지금에 속해 있는 것 같지 않다. 적막이 뜰 가운데 가득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흙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살면서 흙이 좋아져야 비로소 죽을 수 있다. 흙 속에 묻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섭지 않아야 죽음 또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바람이 새소리를 싣고 오는지 새가 바람을 물고 오는지 알 수 없다. 인생은 길이다.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이다. 마음이 모질고 팍팍하여 한 그루의 나무도 자라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