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사자봉에서 보길도 격자봉까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다는데 나도 바닷길 따라 그 섬에 가고 싶다 상징을 빼면 인간의 정신은 빈약해진다. 땅끝의 아름다움은 여기가 반도의 끝이라는 생각 때문에 비장하고 단호한 정취를 갖게 만든다. 갈두항에서는 미처 이어지지 못한 바다 너머 다른 곳에 있는 세계로 건너가는 부두가 있다. 배는 길을 싣고 먼 바다를 건너 다음 기항지에 그 길들을 풀어놓는다. 마침내 길들은 서로 이어진다. 갈두산 사자봉은 겨우 해발 156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정도의 높이면 바닷바람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넓은 해원을 몰아쳐온 가속도로 온몸을 던져 산에 부딪친다. 이날도 예외가 없다. 사자봉은 거칠 것 없는 푸른 바람으로 가득했다.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돌아보다 서쪽에 ..